이사라

이사라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행복한 표정의 소녀, 어릴적의 인형들과 어렴풋한 기억속의 동화나 만화속의 개성 넘치는 소녀들은 익살맞은 표정들의 요술봉과 함께 작가의 행복했던 동심 속 꿈을 기억하게 한다.
행복한 꿈과 즐거운 호기심들은 다양하고 비비드한 컬러들과 날카로운 칼로 표현된 스크레치를 통하여 화려하면서도 집요한 느낌으로 표현된다. 이는 막연하지만 무한하게 밀려오는 미지의 세계 속에 잠식되어 가는 삶을 기억하고 아로새기는 과정이자 잠시 멈추고 쉬어가게 하는 행위이다.
물감을 수차례 얇게 덧칠하여 만들어낸 균일한 표면과 색감, 그 위를 오가며 수없이 쌓아가는 스크래치 과정은 하나의 수행에 가깝다. 수없는 반복을 통해 마침내 패턴을 이루는 선들과 그 조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서로 반응하며 독특한 울림을 만든다. 시간과 공간, 기억을 담은 하나의 흔적 혹은 상처들은 서로 어울려 눈부시게 빛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패턴을 이루기도 한다. 마치 정돈되고 아름다워 보이는 오늘날의 세상을 각자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같기도 하다. 이런 스크래치들은 우리의 기억을 품고 있는 천진한 이미지들(재미있는 표정의 몬스터, 행복한 얼굴의 소녀들, 보기만 해도 미소짓게 되는 오브제)과 어우러지며 우리네 삶에 작고 기분좋은 균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