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김성호가 미술관련 책을 선택한 이유는 이 같은 화면 구성을 통해 더욱 명백해집니다. 그가 그린 책들은 철저하게 제목만 노출할 뿐 그 안의 내용은 노출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일까? 김성호의 작품은 일종의 파라독스 위에 쌓아 올린 탑을 연상시킵니다. 균형을 잡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과장되게 부피를 키우고, 쓰러질 공간까지 화면에서 지워버릴 만큼 가득 쌓아 올린 젠가(jenga)탑 말입니다. 원했든 원치 않았든 그가 만들어낸 파라독스는 두 가지 사회현상 위에 기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미술교육과 현실 사이의 모순 혹은 억압의 기제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지의 과장을 조장하는 현대 사회가 낳은 시각예술 가치 시스템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기 쉽지 않은 예측불가능성입니다. 실제로 무엇이든지 부풀려서 표현해버리는 현대사회의 과장 강박증은 김성호 그림 속 숨겨진 의미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키워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