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주

홍연주작가는 영향을 주고받는 대상과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추어 방관자의 시선에 머물어 사고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무의 상태로 태어나 끊임없는 변화를 관통하며 각자의 색으로 물들어가고 녹슬고, 또다시 생성되는 순환의 흐름에 주목합니다.
그 중에서도 시간의 경과에 따라 녹이 슬어가는 단계를 소멸의 의미가 아닌 생성의 의미로 치환하여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형성함과 동시에 확장합니다.
자아가 형성되는 과정은 스스로의 의지보다 타인, 환경, 경험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영향이 주를 이루고, 그렇기에 자신이 어떤 형상을 띈 인격체인가를 객관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주체가 어떤 길을 밟아왔는지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고 탐색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슬어가는 모습을 단순히 개탄스러워할것이 아니라 이를 수용하고 인정하는 단계를 거치면 비로소 자신만의 고유한 결정체 즉, 인격체를 가지게 됩니다. 개인주의적인 사회에서 자신을 정의내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상적 표상으로 비춰내는데, 이를 통해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관계를 더듬어보고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