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김창열은 ‘물방울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공간 속에 응결된 듯이 보이는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물방울은 응축되고 확산하며 스스로 무한한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작가는 물방울을 통해 끝없이 열려진 세계, 즉 자연에 다가가며 존재의 무상과 더불어 환상과 현실을 동시에 표현한다. 그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비우고, 자신을 자연의 일부로 회귀시키는 물방울 회화를 탄생시켰다. 물방울에 대한 응시는 관람자로 하여금 명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게 하며 이러한 경험은 동양의, 또는 작가가 언급한 '자아소멸'의 경지에 이르게 한다.
매우 정교하게 묘사된 그의 물방울은 정신성이 투영된 산물로, 화면 위에 맺혔으나 흐르지 않음으로써 영원성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물방울의 존재를 위하여 캔버스를 가득 채워내기보다는 비워내는 것이야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김창열의 물방울은 그의 바람처럼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중국, 대만, 홍콩 등에 전시되며 전세계적인 미술 언어가 되었으며, 그는 오늘날 명실상부 한국을 넘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거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