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규

박종규는 디지털 매체 속 미시세계를 탐험한다. 특히 ‘노이즈(noise)’와 ‘시그널(signal)’의 관계에 주목하여, 이들 간 이원대립을 해소하고자 한다. 불협화음으로 간주되는 ‘노이즈’와 정보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시그널’의 가치에 물음을 제기하는 것이다. 중심과 주변, 주류와 비주류를 구분 짓는 상대주의적 사고에 대한 비판의식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하는 시도다. 박종규는 디지털 매체 속 ‘노이즈’에 특별한 가치를 부여한다. ‘노이즈’의 형상을 추출 및 확대하여 픽셀로 변환시킨 후 이를 스크린 위에 재배치하며 독특한 화면을 구성해낸다. 이렇게 만든 디지털 이미지는 회화나 영상, 조각 등의 시각적 매체로 재해석된다. 일련의 작업 과정을 통하여 비주류로 여겨지던 ‘노이즈’는 화면의 중심으로 거듭나는 반면 ‘시그널’은 휘발하여 사라진다. 중심과 주변의 가치는 언제나 전복될 수 있다. 합리적인 세계에서 불필요한 것들이 예술의 세계에서는 필수적인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학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