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1979년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0년 유학길에 올라 파리를 거점으로 30년 넘게 프랑스, 한국, 미국을 오가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배는 '숯'이라는 향토적인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형 모노크롬 회화를 미술계에 선보여왔습니다. 강렬한 검은 획이 자아내는 동양적인 분위기는 물론, 추상과 평면성이라는 현대미학의 중요한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는 숯가루를 개어 만든 안료를 사용하거나 숯의 표면을 갈아 제작하는 평면 작업부터 대형 숯을 전시장 안에 세우는 설치 작업까지 재료의 물질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냅니다. 이배작가는 모든 것을 태우고 난 숯에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근원적인 힘이 스며 있다고 말합니다. 나무로 태어나 자신의 몸을 태우고 숯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는 시간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며 지속과 영속에 대한 의미를 담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