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이

초원에서 자라는 얼룩말, 바다 속에서 헤엄치는 돌고래, 사막에서 태어난 사막여우, 남극에 사는 펭귄, 숲에 사는 알락꼬리 원숭이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서로가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죽어갈 것입니다. 그들에게 서로의 존재를 만나게 해주고자는 마음에서 김현이의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타인과의 만남이야 말로 타인에 대한 이해의 첫 걸음 이자 작가 자신과의 만남이기도 합니다. 낯선 풍경 속 이질적인 동물들의 만남은 사실 우리가 태어나서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입니다.지금 나랑 가장 친한 친구도 과거의 언젠가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었으니까. 아무리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한들 여행지에서 느끼는 처음의 낯섦은 시간이 지나면 또 익숙해집니다. 그렇게 하나하나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넓히고 또 자기 자신을 알아갑니다.
김현이는 종이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수채화를 80프로 아크릴 물감을 20프로 정도로 같이 쓰고 있으며 수채화로 80프로 이상 밑색을 칠한 다음에 아크릴로 마무리를 진행하며, 예를들어 회색 코끼리를 그리도라도 처음에 레몬옐로우, 그리고 퍼머먼트 옐로우 딥, 버밀리온이나 붉은색 계열, 그리고 피코크나 푸른색 계열을 한 층 한층 말려가며 레이어를 만들며 쌓아갑니다. 그렇게 종이에 색을 채워줘야 밀도가 풍부해지며 색의 무덤을 많이 만드는 셈이고, 어느 정도 톤이 풍부하게 쌓였다는 느낌이 들 때 아크릴 물감으로 다시 회색을 위에 올려가며 묘사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작업할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