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김종학은 1937년 신의주생으로 서울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구상과 추상이 격정적으로 대립하던 화단에서 추상의 길을 선택했다. 1970년대 한국 화단은 단색화를 비롯한 민족성의 재조명과 새로운 모더니즘을 위한 시도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 속에서 김종학은 자신만의 주제를 찾기 위해 부단히,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러던 중 뉴욕에 가게 되었고 추상미술이 지배적인 와중에도 구상을 소재로 하는 작가들을 만나게 된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으나 “이념의 노예가 된 예술” 에 대한 의문을 품고, 화단의 유행과 시류에 상관없이 자신만의 주제의식을 견지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귀국 후 1979년 화업과 인생에 대한 실의에서 서울을 떠나 설악산으로 떠났다. 거기서 본 무심히 피어 있는 꽃 하나하나가 그에게 색의 충격이 되었다. 꽃을 그리고 산을 그리기 시작했고, 새로운 구상을 열망했던 과거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었다. 그 후 20년 넘게 설악산에 거주하며 풍경과 꽃을 자유분방하게 그려내는 독창적인 화풍을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