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욱

화가 류현욱은 '살아간다'라는 삶의 호흡이 '그린다는 것'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이고 다양한 회화적 어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감에 실재하는 특성, 마음속에 실재하는 이미지를 은유적인 코드로써 특정 형상을 구성하는 그리기는, 물감을 뿌리고 스크래치를 가하면서 삶을 반영하는 이야기와 개인적인 서사에 대한 마음의 문제를 추상화하고 있고,이러한 변화의 이어짐은 자신을 비우고 슬픔을 치환하는 작업 자체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작가 개인의 삶의 경험과 사건들은 각 series로 변화하게 한 동인입니다. 이는 삶에 대한 태도의 변화와 함께 미학(美學)의 변화를 함께합니다. 현재의 ‘slit’ 시리즈와 함께 4개의 시리즈는 자기참조적으로 연동되어 동시에 현재형으로 표현되고 있고, 각 시리즈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날들 days’ (2001~2009): 얼굴 없는 인간의 이미지로 부재와 죽음에 대한 감각, 즉자(an sich, 卽自)와 에로스(Eros)를 표현하였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는 것 너머의 어떤 것
에 대한 응시, ‘기억하기/증언하기’로서의 그리기이다.
2. ‘Layers’ (2010~2014): 에어브러쉬 드로잉과 브러쉬 페인팅에 의한 이미지 표현을 중첩 시켜 이야기 구조를 실험하였다, 일상과 삶에 대한 스토리텔링, 미시서사와 거시서사를 중첩하여 무감각(hardboiled) 세계의 구조를 회화 안에서 드러낸다.
3. ‘애도의 숲 The mourning Forest’ (2015~2022): 돌아가신 누나를 화장하여 뿌린 ‘숲‘을 주제로 애도와 업(業, karma)를 추상화한다. 개인의 기억과 영혼을 위로하는 제의적인 성격으로 서사와 마음을 추상화한다. 서사에 대한 은유로서의 울퉁불퉁한 도형과 선들의 결합이 나타나며 하나의 도형이나 스트로크에서 주변의 행위들로 변주를 이루는 스토리텔링 화법이 보여진다. 4. ‘slit(슬릿)’ (2023~현재): 길게 베인 틈이나 선-line을 의미하는 ‘slit’을 그림에서 주된 시각적 요소로 하며 양자역학의 ‘파동적인 것과 입자적인 것’, 반야심경의 ‘색과 공’에 대한 은유를 다층적 레이어(layer) 구조로 변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