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종완

현대사회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의 내면의 갈등, 내면의 상처 일그러진 내면의 자화상을 몸을 통해 정신을 대변한다는 가정 하에 몸을 왜곡하고 부정하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존재적 상황을 표현해 왔습니다. 인간의 정신을 담고 있는 그릇인 피부가 열려지고, 그 내부의 내용물이 증발해 버린 후 남겨진 껍질만이 마치 허약한 존재의 증표인 듯 남겨지기를 시도하였습니다. 이 껍데기의 형상은 비닐봉지의 구김을 차용하는데 구김의 차용뿐만 아니라 상징성을 띤 오브제로 인체의 형상과 결합하여 평면과 설치작업으로 표현됩니다. 비닐봉지는 인간이 이용, 소비되는 전유물인 동시에 썩지 않고 쉽게 쓰고 버려지는 일회성 소모품으로서 반어법적 표현인 ‘위대한 유산’이라는 주제를 역설적으로 제시하여 자연과 상반되는, 자연에 동화되지 않는 우리의 현실이며, 물화되고 부품화 된 현대인의 위기적 상황을 반영하였습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인체의 형상을 배제하고 비닐봉지의 오브제 적 상징성만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본인에 있어서는 ‘비닐봉지를 이용한 조형성 연구’라는 명목으로 우리가 쉽게 쓰고 배설한 한낮 플라스틱 쓰레기에 불과한 것을 열을 가해 압착시키고 레진 에폭시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영원히 봉인시켜 우리가 다시 예술작품으로 소장하게 하는 프로젝트 작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